수학은 자유다 - 일상에서 ‘수학적 시야’를 배우다
신기영 - 대전 유성구지회장(현) / 미국 UCLA 연구교수(전) / 대전대학교 교육대학원장(전)

우리는 이제 비행기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얼마며 비행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를 궁금해 하며 지도책을 꺼내 놓고 비행 항로를 찾아보게 된다.

그러면 이 비행 항로는 직선일까 곡선일까?

지구가 오랫동안 평면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중세까지도 그랬으니 말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생전에 교황청의 ‘이단 심판 재판’을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던 말은 유명하다.

둥근 지구를 2차원 평면인 종이 위에 그려 놓은 지도는 편의상의 문제다. 구로 된 표면에서 인천 공항과 미국 LA공항 간의 거리를 평면 지도를 보고 태평양을 지나는 직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학창시절 지겹도록 수학에 시달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몇 가지 수학 용어는 기억할 것이다. 직선이 어떻고, 곡선이 어떻고, 1차원이, 2차원이, 3차원이 어떻고, 유클리드의 기하학 공리가 어떻고 하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머리도 식힐 겸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몇 가지만 다시 공부해보자. 이 세상에는 엄격한 공리를 떠나 일반적인 기하학적 도형에서의 직선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둥근 지구를 반 바퀴 돌아 LA공항으로 가는 비행 항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궤적을 이룰까?

[그림1] 대원과 소원을 나타낸 그림이다.
[그림1] 대원과 소원을 나타낸 그림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구에서 대원(大圓, great circle)이라는 수학용어를 소개한다. 대원이란 구의 중심을 지나는 평면과 구 곡면의 교선인 구 위의 원을 말한다. 구면기하학에서 중심을 지나는 면은 유클리드 기하학(평면기하학)에서의 직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

구의 중심을 지나지 않는 평면과 구 곡면의 교점들은 소원(小圓)이라고 한다. 지구에서의 대원은 양극을 지나는 원과 위도 0°를 지나는 적도의 원주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림2] 수박 표면에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나타냈다.
[그림2] 수박 표면에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나타냈다.

이와 같이 구면에서 두 점을 지나는 대원을 직선으로 간주하는 기하학을 ‘구면기하학’이라고 부른다. 둥근 지구 위에서 배의 항적이나 비행기의 항적은 유클리드 기하학에서의 직선은 아니다. 지구 표면의 두 점을 지나는 어떤 호(弧, arc)에 해당한다.

따라서 지구본 위에서의 LA행 비행기 항적은 북반구의 위쪽으로 활처럼 휘어져 있다. 이 사실을 조금 더 실감나게 경험해 보기 위해 커다란 수박 하나를 지구라 생각해 보자.

그 표면에 두 점 A, B를 정하고 이 두 점 사이의 가장 가까운 거리를 측정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 A와 B의 위치에 핀을 꽂고 그 사이를 실로 팽팽하게 잇는다. 이때 실의 길이가 A, B 사이의 최단 거리가 된다.

A, B를 잇는 이 실이 나타내는 선은 A, B를 지나 수박을 이등분하였을 때 잘린 부분의 둘레 위에 있는 호(弧)다. 

물론 이때 잘린 부분의 면은 수박의 중심을 지나는 원판이 된다. 수박을 지구로 보았을 때, 이 절단 부분의 둘레가 대원이다.

대원에서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를 구하려면 유클리드 기하학의 제 5공준, 즉 ‘평행선 공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평면기하학의 공리는 구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은 틀린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유클리드의 평행선공준을 ‘무한원점에서 만나는 두 직선은 평행하다’로 바꾸면 구면기하학의 세계가 열린다. 이러면 유한한 평면기하학에서의 ‘만나지 않는 평행한 두 직선’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즉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라는 특징만을 가지고 직선을 다루면 직선의 선분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이제 다시 주제로 돌아가 보자.

인천공항에서 미국 LA공항까지의 최단 거리는 얼마일까? 기류나 국제적 긴장관계 등 특수 조건을 무시한다면 그 답은 인천공항과 LA공항 두 점을 연결하는 지구 대원에서의 두 지점을 연결하는 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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