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창 - 장수방(본지 논설위원/(前) 경찰인재개발원 체육학과장 교수/(현)경기 수원시 센트럴어반시티 경로당 회장)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인 1960년대 말에는 지금의 소주병은 없었고 한되(1.8ℓ), 4홉(약 0.8ℓ) 크기의 소주병들이었고, 작은 잔이 아니라 지금의 물컵 정도 크기의 잔이었고, 도수 또한 25도가 기본이라 지금처럼 17도, 18도의 낮은 도수의 소주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술을 마시면 그 양이 많은데 도수까지 높은 술을 자주 먹은 결과 간암을 진단받으면 3∼4개월 정도 살다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사형선고와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말기암 환자도 2∼3년, 길게는 5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2일 ‘제8회 간암의 날’에 대한간암학회 김윤준 이사장은 한국의 간암 생존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3∼1995년 간암 5년 생존율은 11.8%였지만, 2015∼2019년 데이터를 보면 약 40%로 늘었다.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간암 ‘조기 검진’이 있었다.

침묵의 장기인 간은 암증상이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로 병기가 진행된다. 황달이 생기고, 피를 토하고, 복수가 차는 등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오면 이미 말기다. 증상이 없으니 간암을 의심하지 않고 검진을 소흘히 하거나, 건너 뛰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 

1기에 발견하면 80% 이상이 생존하지만, 4기 때 발견하면 10%만이 살아 남는다. 간암 5년 생존율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음에도 여전히 갑상선암(5년 생존율 100%)의 절반 미만인 데에는 이 점이 한몫한다. 

이에 대한간암학회는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지정해 국가에서 1년에 2번 시행하는 2가지의 간암 검사를 받아 간암을 조기 진단하길 권하고 있다. 

만 40세 이상의 ▲간경변증 ▲B형 간염 바이러스항원 양성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 ▲B형 또는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 질환 환자 등 간암 고위험군은 건강보험공단에서 검사비 90%를 지원받아 간초음파검사와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1년에 2회 받을 수 있다. 국가암검진 대상자 또는 의료급여수급자는 본인부담금 없이 검진할 수 있다. 대한간암학회 노력으로 2021년 국가 간암검진 수검률은 전체 74.2%, 외국인 74.3%를 기록했다. 전체 암 검진 수검률인 56.6% 보다 높은 수치다.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5년 생존율을 갑상선암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효과가 입증된 ‘조기 검진’을 더욱 독려하는 동시에 B·C형 간염에 가려진 또 다른 간암 위험요인과 간암검진 취약계층을 발굴해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현재의 간암 추세는 주요 요인인 B형 간염과 C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병 비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알코올과 지방간에 의한 간암 발생률이 오히려 늘고 있다. 술을 많이 마시고, 지방간이 있어도 당장은 건강 이상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지방간이 있는 상태로 술을 많이 마시며 지내다가 70대쯤 돼서 간암을 진단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간암 5년 생존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알코올 과다 섭취와 지방간이 간암으로 이어지는 것부터 막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 검사 취약계층을 발굴해 이들의 검사를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간암학회 한광협 전 회장(강남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간암검진 수급률이 70%에 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영업자나 도서 산간지역 등 의료 소외지역 거주자들은 검진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생활이 불규칙하고, 식사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하면서 음주량은 더 많은 간암 고위험군”이라고 했다. 그는 이들의 건강검진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대한간암학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제8회 간암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간암은 사회적 생산성이 높은 중년에 많이 발생해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큰 질환”이라며 “간암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고, 의료진이 간암에 맞서 싸우는데 필요한 의료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간 건강이 중요한 이유를 살펴보면 간은 해독 기능을 수행해 다른 장기의 손상을 보호한다. 간은 몸의 주요 대사 기관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주요 영양소를 대사하여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한다. 

또한 비타민과 미네랄, 특히 비타민 A, D, E, K와 같은 지용성 비타민과 철, 구리와 같은 미네랄의 주요 저장 장소이며 혈액을 통해 몸에 들어오는 병원균을 예방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밖에 간은 담즙을 생성하고 분비하고 호르몬 및 약물 대사를 조절며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중요한 단백질을 합성한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 간이 손상됐을 때에는 간세포에 비정상적으로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이 발생하며, 간 조직에 염증을 의미하는 간염이 생기는데 만성 간염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간경변은 간 조직이 손상되고 흉터 조직으로 대체되는 질환이고, 간암은 간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담석증 및 담관염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이 담낭이나 담도에서 침체되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간부전은 간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는 상태로, 간경변의 말기 단계나 심한 간염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간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알코올, 당분을 피하고 섬유질, 항산화제 풍부한 식품으로서 첫째, 오트밀(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으로 간이 최상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둘째, 브로콜리(브로콜리는 비 알코올성 지방간을 예방하는데 좋다), 셋째, 물(간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는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인데 탄산음료 등 가당 음료 대신 물을 마시는 습관이 좋다) 이외에도 커피, 녹차, 아몬드, 시금치, 블루베리, 허브와 향신료가 있다.

간 건강에 나쁜 음식으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술, 기름진 음식, 설탕, 포장 식품(포장 식품에는 일반적으로 설탕, 소금, 및 지방이 많이 들어있다), 담배 등이 있다. 

간은 이와 같은 음식물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틀림없지만 정신적인 면은 더욱 중요하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마음의 안정과 매사 긍정적인 사고와 범사에 감사하는 건강한 삶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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